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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독서

84. 긴긴밤 - 루리 글ㆍ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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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긴긴밤 간략 소개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그땐 기적인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게.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가 내 바다야."
"나도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넌 네 바다를 찾아가야지."
"그럼 나 코뿔소로 살게요.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이리 와. 안아줄게. 오늘 밤은 길거든."

이 작품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 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제 어린 펭귄은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검푸른 바다로 뛰어들 것이다.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며,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_심사평
심사위원: 보린 송미경 송수연 유영진 임정자 장주식 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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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 도서는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에요.
전에 리뷰했던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도서에 등장하는 도서예요.
엄마 책 모임에서 다뤘던 도서 목록에서 유일하게 어린이도서이고 어른이 읽어도 좋다고 해서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초반에 다소 잔인해보이는 장면이 꽤 나와서 동물의 죽음을 다룰 때 이 정도면 어린이가 읽어도 괜찮다고 보는 건가? 싶었어요.
나 때는 안데르센 인어공주 보면 인어공주가 왕자 못 죽여서 물거품되고 이런 정도였는데.....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아내와 딸이 죽는 장면도 저한테는 꽤 잔인해보였고요.
치쿠의 친구인 윔보가 죽는 걸 묘사할 때도 철봉에 깔렸다 그러고 피투성이었다 그러는 게 그대로 나왔고요.
유일한 흰바위코뿔소라는 정보를 주고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노든의 가족의 죽임 이후로 친구가 계속 죽거든요.
직접적인 죽음을 묘사하는 것도 보기에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건 정서적인 폭력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러면서 읽었는데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ㅠㅠ
여태까지 리뷰했던 책들은 읽으면서 이런 적 없었는데ㅠㅠ.....

주인공은 어린 펭귄인데요.
이 어린 펭귄은 책 중반부까지 계속 알 상태여서 펭귄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다가 펭귄이 태어나고 나서부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뀌어요. 
이 부분은 책 맨 앞부분에 나오는데요.
처음에는 뭔지 몰랐는데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이해가 됩니다.
노든의 이야기는 코끼리 고아원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 남겠다고 했지만 할머니 코끼리의 대답을 듣고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돼요.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을 나가면서 코끼리들에게서 너는 훌륭한 코끼리였다, 이제는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이 남았다는 얘기를 들어요.
그리고 나중에 어린 펭귄이 노든과 헤어지기 싫다며 자신도 코뿔소가 되겠다는 말을 하자
노든은 어린 펭귄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다,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다며 자신이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어린 펭귄에게 똑같이 합니다.
가족을 잃고 동물원으로 오게 된 노든이 친구인 앙가부까지 죽임을 당하는데 이렇게 앉아있는 그림을 보니 노든의 심정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였던 노든과 어린 펭귄의 대화를 보고 나서 끝까지 다 읽어보니 노든이 마지막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죽었다고 가정할 때 행복을 느꼈다면 이 어린 펭귄을 지켜서 바다로 보냈으니 자신의 삶의 이유를 거기서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어린 펭귄에게는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했지만 바다로 향하던 중간에 인간들을 만난 노든은 어린 펭귄을 물고 도망쳤어요.
이제 노든은 더 이상 복수가 중요하지 않고 어린 펭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어요.
노든을 놔두고 바다로 혼자 향한 어린 펭귄이 절벽에 힘겹게 올라가서 마주한 바다를 보고 여태까지 노든이 이야기해주었던 동물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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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입니다.
이 어린 펭귄은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할 노든을 기다리면서 바다에서 동료들과 살아가겠죠.
어린 펭귄을 지켜서 바다로 무사히 데려다주는 게 노든의 존재이유였다면 어린 펭귄에게는 노든을 다시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이유가 될 거예요.
어린 펭귄이 꼭 도착해야 하는 바다를 향해서 가는 그 길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인 노든과 어린 펭귄을 위한 길이었어요. 
이 전에는 노든과 어린 펭귄이 함께 걸었지만 지금은 둘의 발자국만 남았어요.
이 모든 길을 거쳐간 둘의 발자국.
어린 펭귄은 동료를 만났지만 계속 이렇게 뒤를 돌아보겠죠.
이 어린 펭귄은 기억이 전혀 없는 알이었을 때도 치쿠와 윔보의 존재이유였고 태어나고 나서는 노든의 존재이유가 되어주었어요.
바다를 만나기 전 호수를 만난 어린 펭귄은 호수에서 헤엄을 처음 쳐보게 되었고 노든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노든은 그걸 보고 치쿠와 윔보가 이 모습을 보면 정말 기뻐할 거라고 했고요.
노든과 헤어지고 나서 어린 펭귄은 자신이 가야만 하는 장소인 바다를 가기 위해 절벽을 올라갑니다.
미끄러지고 다시 올라가고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어린 펭귄은 넓은 바다를 눈에 담게 돼요.
그렇게 어린 펭귄은 어른펭귄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정말 어른들이 읽어봐도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표면상으로는 동물들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굉장히 철학적인 책이에요.
노든은 어린 펭귄이 가야 할 곳이 바다라고 하면서 끝까지 어린 펭귄을 바다로 데리고 가기 위해 애를 썼어요.
거기서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과연 내가 가야 할 바다는 어떤 곳일까요?
마지막에는 내가 누구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겠지만....
아마 끝까지 내가 누구일까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겠죠.
그 답은 아무도 대신 내줄 수 없는 거니까요.
이 사람에게는 내가 이것일 수 있고 저 사람에게는 내가 저것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어른에게도 유익한 책이지만 이 도서가 어린이도서라는 걸 감안하면 어린이들 수준도 이제 무시할 수가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과연 어린이들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면서 리뷰 마칩니다!

P.S. 영화 화이와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상디, 제프가 생각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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