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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낙산공원: 여름의 여행테마는 야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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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테마는 계절마다 다르다.

봄은 꽃구경, 가을은 단풍구경, 겨울은 눈구경.

그렇다면 여름은 비구경일까?

한낮의 따가운 태양을 피해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여름의 여행테마는 바로 야경이다.

 

낙산공원은 한양도성 낙산구간의 일부로서 성곽을 따라 불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야경을 담고 있는 나의 눈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멀리서는 도심의 오색찬란한 불빛, 가까이서는 성곽의 불빛.

 

낙산공원 조망지점에 서는 순간 "와~ 괜히 표지판을 세워놓은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듦도 잠시.

글자가 유난히 크게 눈에 띈다.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누군가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을 그 장소가 야경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시설의 일부가 될 줄이야.

이 글자를 발견한 나의 눈을 탓해야 할까.

야경을 즐기러 왔을 뿐인데 갑자기 숙연해진다.

 

숙연함도 잠시, 한양도성을 비추는 불빛을 따라 걷노라니 마치 내가 조선시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옛날, 빛이 없던 시절에도 밤에 이렇게 성곽을 따라 걸어볼 수 있었을까.

몇백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현대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아닐런지.

 

야경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제3조망광장까지 와버렸다.

흥인지문 쪽으로 내려가면서 야경을 감상하려고 했지만 이미 많이 내려온 상태라 혜화역으로 가기로 결정.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지나며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꼈다.

'오늘도 파이팅' 글귀를 보면서 나는 오늘도 파이팅을 했을까,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 야경 조망지점 표지판이 세워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야경'을 감상한다는 의미에서 모두 동일한 느낌을 주겠지만 장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야경을 즐기면서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어느덧 성큼 다가온 가을의 밤추위에 여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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