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나무 연리지: 난 모든 것이 처음이야

Key of heaven 2024. 9. 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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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새로움, 도전, 설렘, 두려움 등
익숙함을 추구하는 나에게 여행은 항상 두려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여태까지 파워집순이로 살았겠지.
반면 처음 보는 곳에서 어떤 모습을 마주하게 될지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으니 설렘의 연속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사랑나무 연리지도 처음이었다.
연리지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그 모습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 나도.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는 연리지.
이 나무의 가지는 사람으로 따지면 손이라고 보면 될까.
수령이 40년이라고 했으니 40년 동안 이렇게 손을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처음부터 연결된 상태는 아닐 테니 그보다는 적은 시간일 테지.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도,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이렇게 손을 잡고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는 걸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열매가 떨어지고, 잎이 지는 그 한 해 동안 나무의 모습이 변해도 이렇게 항상 손을 꼭 잡고 서로의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걸까.
 
말 못하는 한낱 미물일지라도 사람보다 수명이 훨씬 긴 커다란 나무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인간에게 어떤 교훈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보통 80년이 되면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인간에게 시간은 많지 않으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주라고 하는 것일까.
 
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사랑나무 연리지를 봐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내가 느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연리지가 자신들을 보고 있을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당신도 우리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간 당신도 이런 행복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달라는 건 아닐까.

단순히 자연현상일지도 모를 연리지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어쩌면 사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여행은 항상 처음의 연속이다.
그게 새로움이든 도전이든 설렘이든 두려움이든.
그리고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디서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모르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미지의 감정.
 
앞으로 무수히 많은 처음을 맞이하게 될 나를, 누군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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